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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선우사(膳友辭)
- 함주시초 4

낡은 나조반에 힌밥도 가재미도 나도나와앉어서
쓸쓸한 저녁을 먹는다

힌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무슨이야기라도 다할것같다
우리들은 서로 믿없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하구긴날을 모래알만 헤이며 잔뼈가 굵은탓이다
바람좋은 한벌판에서 물닭이소리를들으며 단이슬먹고 나이들은탓이다
외따른 산골에서 소리개소리배우며 다람쥐동무하고 자라난탓이다

우리들은 모두 욕심이없어 히여젔다
착하디 착해서 세괏은 가시하나 손아귀하나 없다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했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없다
그리고 누구하나 부럽지도않다

힌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같은건 밖에나도 좋을것같다

- 조광 3권 10호, 1937.10.



2008.4.7.

선생님과 한 십 분 남짓 이야기했는데도 선생님은 내 맘을 다 읽고 계신 듯했다. 피곤해보인다고 하시길래 몇 시간 동안 계속 서 있어서 힘들었다고 했더니 그것만이 아닌 것 같은데, 라고 하셔서 뜨끔했다기보다도 그 말 한 마디에 마음이 사르륵 차분해졌다.

선생님께선 내가 아이들 마음을 덜 아프게 할 것 같아서 교사가 되면 좋겠다고, 그때 그렇게 권유했다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그렇지 않니, 라고 되물으셨다. 그럴까. 정말 그럴까. 나는 그럴 수 있을까.

사람들은 내게 선택하는 이유를 묻지 않고 선택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다. 나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어쩌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묻는 것처럼 중요한 것을 잘못 짚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리석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힘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그 힘이 어떤 것일지를 모르겠다. 어떤 힘을 가져야 내가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여전히 혼란스럽다.

그런저런 생각들을 하는 와중에 국어수업 준비를 하면서 '선우사'를 읽었다. 함흥에서 교사 생활을 하며 외롭게 지낼 때 가재미식해와 고추장과 흰밥을 매일같이 먹으며 반찬들과 얘길 나누며 외로움을 달랬다는 시인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 주었더니 용빈이는 가재미를 씹으면서 괜찮니, 라고 묻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냐고 그런다.

내 배를 채우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 생각 자체가 욕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씩 도를 넘어서는 상대주의자가 되는 것 같다. 선과 선의 그 경계에서 중심을 잡기가 너무 어렵다. 경계 사이에서 나까지 흐렷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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