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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에서 충무로로 꺾는 길, 시그니처타워 앞에는 뼈만 있는 물고기 동상이 있었다. 그앞을 지날 때마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둘리의 얼음별 대모험의 가시고기를 생각했다. 가시만 남아 물고기의 입으로 들어가면 몸 밖으로 바로 나오던 둘리 친구들과, 슬픈 눈을 꿈벅이던 물고기가 어른거렸다.

"나는 쏟아지고 싶었으나
언 수도처럼
가난했단다"

박연준의 시, 빙하기를 읽었다. 쏟아질 수 없어 가난했는지, 가난해서 쏟아질 수 없었는지 모른다. 결핍이 있어 허기진 것일지, 허기져서 결핍이 있는 것일지 모른다. 결빙이란 어느 때가 있는 것일지, 어느 방법이 있는 것일지 희미했다. 허기의 근원을 몰라 물고기는 슬펐을 것이라, 되도 않는 생각을 했다.

시는 너를 그리워하려는데 나의 한 조각이 스르르 결빙되었다 맺었다. 결빙을 바랐을지 혹은 원치 않았을지 모른다. 마음이 가는 쪽으로 생각해본다. 남쪽에서 온 비가 토독토독 떨어지고 도로에 차 스치는 소리를 들으며, 이 시간도 결빙의 때라고, 생각해본다.

2016.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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