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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이 서촌인데 안에만 박혀 있으니 더 서촌을 모른다. 예쁜 동네인데 일상 공간이어서, 그래서 마음을 먹어야 산책이라도 나서게 된다. 잘 찍지도 못하는데 큼직한 필름카메라를 사무실 식구들에게 보이는 게 어쩐지 부끄럽기도 해서 못 꺼내다가, 마음 먹고 손에 쥐고 나선 점심 산책. 내가 좋은데 뭐 어때, 싶다가도 자꾸 마음을 먹고 여러 번 다잡아야 하게 되는 일들. 작은 일 하나 하나에 내 품성이나 경향 같은 것들을 들킨다. 어쩌면 들킬 수 있어, 돌아볼 수 있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이따금 나들이 오는 국장님네 장군이와 딸기가 참 예쁘다. 우리 팀원 시켜달라고 졸랐다. 이렇게 출근을 하고 나면 집에 가서 코 골며 곯아떨어진다는 귀여운 친구들.

요즘 퇴근은 걸어서 한다. 광화문에서 창덕궁까지 담에 붙어 가는 길이 좋다. 이따금 무료해지면 청계천을 지나고. 걷는 일로 기운을 얻고 산다.


연희동 산책. 도시와 마을은 서로 저 끝에 있는 단어 같은데, 도시의 마을 축제 풍경이 궁금했다. 워크숍을 신청해서 자수장 선생님께 전통자수를 배웠고, 마을 곳곳의 카페와 꽃집, 가게 들에 열린 갤러리를 구경했다. 활용할 수 있는 공간, 협업하는 예술가와 주민들이 부러워졌다. 축제에 연결 고리를 갖고 있지 않은 보통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지 시선도 궁금했다. 꼼지락거리며 하는 일들. 마음을 모아서 펼치는 일들. 참여하는 일. 생산하는 일. 꿈꿨던 여러 일들을 생각하다가, 늘 끝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여전히 헤매는 고민으로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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