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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하루

다정하게 말 걸기

늠름 2016.03.27 22:07

산수유도 피고 목련도 피었다. 올봄 꽃구경은 더 늦을 줄 알았는데, 꽃나무를 옆에 둔 덕에 아침마다 새순이 얼마나 보송보송해졌나 살피는 일이 좋았다. 사무실 일층에서는 까치나 참새나 비둘기만 오는 줄 알았는데 꽃이 가까운 이층에 오니 처음 보는 새들도 종알거렸다. 해가 좋은 날 몇 시간이고 재잘대던 새들이 요녀석들인가 싶어 괜히 더 반가웠다.

강 옆에 살고 싶었는데 산 아래로 집을 옮겼다. 지난밤은 상자들 사이에 골판지처럼 구겨져서 잤다. 이사를 하고 내 자리가 객관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 쓸쓸해졌다. 마음이 바닥에 찰싹 붙었다. 후들거리는 팔다리를 핑계로 종일 안에 살았다. 가진 것 없이 산다 생각했는데 이사를 할 때는 꼭 그렇지도 않았다. 내 그릇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품고 산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상자를 엎었다 마음을 뒤척였다 종일 뒤적거렸다.

현상을 맡긴 사진을 웹하드로 받았다. 방안에 앉아 봄구경을 했다. 꽃과 새와 마을과 강아지를 오래 만지작거렸다. 카메라에 부쩍 정을 붙였다. 손에 쥐고 걸으면 낯선 길도 다정하게 눈에 들었다. 다정하게 말을 붙일 방법이 있으니, 새 동네도, 그럼 됐다.

집앞에 나서면 남산이 반짝거렸다. 분리수거 하는 곳을 못 찾아 헤매는데 산 위 타워 불빛이 동네에서 딱 하나 눈에 가깝게 들었다. 마음에 먼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빛들이 왠지 위안이 됐다.

2016.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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