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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덜 춥다. 예쁜 친구들이 봄을 두고 갔나 보다. 남쪽에서 봄을 몰고 온 아기새들을 만났다. 스물일곱, 스물다섯, 열아홉 둘과 종일 종알거렸다. 스물이 되고 서른이 되어도, 언제나 내 예쁜 아기새들.

이곳에서 잘 자라서, 그게 내가 청자에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는 민지의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마음이 왈칵 허물어져서 눈이 시렸다. 그랬다. 그것만으로 넘치게 충분했다. 넘치게 고마웠다.

술친구할 나이를 먹는 꼬꼬마들이 는다. 내가 가난하고 붐벼서 제주에서 시간을 많이 못 보냈다. 마음이 넘치게 부른 만큼 아기새들의 배를 넘치게 채우고 싶었는데, 더 맛있는 걸 못 먹이고 보낸 일이 마음에 걸린다. 아기새들의 길거리 간식으로 내 배가 불렀다. 같이 있는 시간으로 마음이 불렀다.

아이들을 처음 만났던 때를 생각했다. 어린 날 내가 받은 것이 많았고, 커서 조금 더 힘이 생기면 돌려주고 싶었다. 만났고, 만남이 생활이 되고, 일이 되고, 내가 되었다. 결핍이란 말을 오래 생각했다. 내가 지나온 시간들은 결핍을 채우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스치고 잊힐 수 있는데, 한 사람의 어느 때에 의미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마음이 나의 결핍을 채웠다. 아이들과 지내며 어른과 아이, 선생과 제자, 이런 게 아니라, 뭐랄까. 동지애라 해야 할까. 동행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었다.

아이들이 퐁퐁 날 수 있게 트램펄린이 되고 싶었다. 등 비비고 풀 뜯을 언덕이 되고 싶었다. 충분히 하지 못한 일이 마음에 남았다. 고마운 일이 많은데, 미안한 일을 마음에 품고 살아 그 말이 자꾸 앞선다.

얼굴이 좋아졌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에 와서 잠을 잘 자고 밥을 잘 먹고 야근을 덜 하고 산다. 보기 좋다는 말이 고마운데, 별일 아닌 말에 실은 많이 미안했다.

돌아보면 든든한 끼니가 되는 사이.
한결같이 마음을 주는 아이들이 곁에 있어 내 이십대가 든든했다. 여전히 한결같아 고마운 마음이 밥과 약이 되었다. 내 삼십대도 단단하다.

2016.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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