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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언젠가부터 잊었던 로모 피쉬아이1. 손에 잘 익지 않아 엑시무스를 더 좋아했고 다른 필카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오래 묵혀뒀었다.

이삿짐에서 먼지에 꼬질꼬질해진 피쉬아이를 찾았다. 처음 손에 쥔 날, 난 참 많이 설렜었는데. 아꼈는데.

2011년부터 카메라에 들어있던 럭키 슈퍼(Lucky Super) 200. 유통기한 지난 필름 느낌이 이런 거려나. 스물다섯의 내 발에 마음이 이상했다. 정선은 꼬박 두 달 전 날들인데도 오래전 일처럼 아득했다. 


2011. 서귀포 중앙로. 제주스럽지 않지만 또 제주스러운 저 야자수들이 나는 많이 반갑겠지. 

2011. 스물다섯의 발.





2015.12.12. 정선
율빈이와 정선에 다녀왔다. 늘 예쁘고 사랑스런 친구지만, 함께하면서 더 곱고, 더 좋다. '우리들은 서로 믿업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선우사의 구절이 생각나는 친구. 정다운 사람이 생기고 이야기를, 기억을 공유하는 일은 늘 든든하다. 

어느날 정선에 장구경 가자고 서울과 제천 사무실에서 율빈이와 네이트온 대화를 했다. 일상에 한참 까먹고 지내다 약속인 듯 아닌 듯 했던 전날, 율빈아 괜찮아 물어보고 우리는 네이트온으로 까르르 웃었다. 토요일 아침, 나는 청량리에서, 율빈이는 제천에서 기차를 탔다. 그렇게 아리랑열차에서 만났다. 오 분씩 정차하는 간이역에 내려 사진을 찍고 감자전을 먹고 기차가 정말 좋다며 진짜로 까르르 까르르, 우리는 참 많이 웃었다. 

웃음으로 아침을 연 날. 정선장을 뱅글뱅글 돌다가 별 보며 집에 갈 때까지, 우리는 종일 참 많이 웃었고 수다스러웠고 다정했다. 

남은 럭키 슈퍼 필름을 다 쓰고 카메라에 새로 바꾼 필름이 남았다. 정선에 다녀오고 남은 필름을 아직 다 쓰지 못했다. 제주 고씨가 심었다는 나무 앞에서, 오래된 목욕탕 앞에서, 귀신이 나올 것 같던 큰 나무 아래서, 과자가게에 들르고 바투 앉아 오도독 나눠먹으며, 우리가 웃고 먹먹했고 따뜻했던 시간들도 그 안에 함께 있을 테다. 어느날 현상을 맡기고 늦은 밤까지 사진을 만지작거리고 율빈이한테 보내며 나는 또 마음이 따뜻해질 테다. 속이 부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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