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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9.

독서치료 과제로 한 인물의 인생경험이 발달단계의 갈등을 어떻게 반영하는지 서술하라는 문제를 보고 토드 앤더슨이 생각났다. 우연히 ocn에서 영화로 접하고, 인터넷에서 찾은 동영상도, 서점에서 산 책도 모두 열댓 번은 넘게 본 것 같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받은 느낌을 가지고 중학교 때 졸업생 편지글을 읽었고, 고등학교 때 독후감 발표대회에서 말하고, 대학교 일학년 때도 교양과목 레포트에 롤모델로 키팅 선생님을 적었다. 무엇을 손에 쥐어야 할지도 모르면서 무언가를 잡기 위해 갈급해할 때, 역시 뚜렷한 실체는 없으면서도 내게 절대적이었던 한 이야기였다.

절대적인 무언가[그것이 정말 존재할지 아직도 나는 혼란스럽다]에 매달릴 때는 닐, 토드, 키팅 이렇게 세 사람만 크게 보였는데, 조금 전 오랜만에 다시 본 영화에서는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동료교사의 모습, 교장 선생님의 눈빛, 카메론의 태도, 헌팅턴이라는 친구의 냉소적이면서도 키팅을 신뢰하는 면모, 서명 후 믹스의 목소리, 다수가 책상 위로 올라설 때 외면하고 자리에 앉아있는 몇몇 학생들의 마음.

그들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어떤 면에서는 그 이유가 합리적인 것일 수도 있기에, 더 자란 지금의 나는 무엇이 더 가치있는지에 대해 더욱 혼란스럽다. 어린 나는 키팅을 닮기를 꿈꿨고, 현재를 붙들고 내 삶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라는 가르침대로 살기를 바랐고, 좀더 자라면 그것이 쉬워질 것이라고, 조금은 오만한 믿음을 품었었다. 오만했다. 어려웠다. 아이들과 함께보고 싶은 영화이면서도 보고 난 뒤 혹시나 아이들이 어떤 것이든 내게 물었을 때에 답할 자신이 부족했고, 스스로 옳고 나쁨에 확신이 서지 않는 것들을 타인에게 제시하거나 금지할 때에도 내 안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어린 생각을 품고 어른스러운 척 하는 나는, 거쳐야 할 시간과 경험과 사람과 그밖의 것들의 '얼마나'에 대해 너무 조급해하고 있었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성숙해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진 않았으면 좋겠다.


20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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